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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왜 황소와 함께 달릴까?|스페인 산 페르민의 위험한 축제

by mjtutor 2026. 10. 1.

스페인 산 페르민

스페인의 한 도시가 해마다 여름이 되면 갑자기 거대한 축제의 무대로 변합니다.

좁고 오래된 돌길 사이로 사람들이 가득 모이고, 흰색 옷을 입은 참가자들의 목에는 붉은 천이 둘러집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면 사람들은 앞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뒤에는 사람이 아니라 황소가 있습니다.

무거운 몸집의 황소 여러 마리가 좁은 골목을 빠르게 달려오고, 사람들은 황소와 불과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함께 달립니다. 누군가는 넘어지고, 누군가는 벽 쪽으로 몸을 피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아슬아슬하게 황소의 뿔을 피해 앞으로 내달립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왜 저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 걸까?”

이 장면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축제가 바로 스페인 북부 나바라 지방의 도시 팜플로나에서 열리는 산 페르민(San Fermín)입니다.

매년 7월 초가 되면 팜플로나는 평소와 전혀 다른 도시가 됩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음악이 울려 퍼지며,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행진합니다. 그리고 축제의 가장 유명한 장면인 엔시에로(Encierro), 즉 황소 달리기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산 페르민을 단순히 ‘황소와 목숨을 걸고 달리는 축제’라고 생각하면 이 축제의 절반밖에 보지 못합니다.

그 안에는 오랜 종교적 전통과 지역의 역사, 스페인 특유의 축제 문화,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참여하려는 사람들의 독특한 심리가 함께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1. 황소와 함께 달리는 축제, 산 페르민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산 페르민의 중심에는 이름 그대로 성 페르민(Saint Fermin)이 있습니다.

페르민은 팜플로나와 나바라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념되어 온 성인으로, 산 페르민 축제는 원래 그를 기리는 종교적 행사와 지역의 전통적인 시장·축제 문화가 결합하면서 발전해 왔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장면은 황소 달리기지만,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의 축제가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팜플로나에서는 오랫동안 종교 행사와 함께 시장, 공연, 춤, 가축 거래와 같은 여러 행사가 열렸고, 그 과정에서 황소를 도시 안으로 이동시키는 전통과 사람들이 함께 달리는 문화가 발전했습니다.

특히 황소와 관련된 행사는 스페인의 오랜 투우 문화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산 페르민에서 달리는 황소들은 단순히 길거리에 풀어놓은 동물이 아닙니다. 이후 투우장으로 이동할 황소들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고, 사람들은 그 앞이나 주변에서 함께 달립니다.

이 황소 달리기를 스페인어로 엔시에로(Encierro)라고 부릅니다.

흥미로운 점은 축제의 이름과 가장 유명한 장면의 주인공이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축제의 이름은 성인인 산 페르민에서 유래했지만, 세계적으로 알려진 이미지는 황소와 빨간 스카프를 두른 사람들입니다.

특히 참가자들이 입는 흰색 옷과 붉은색 목도리 또는 허리띠는 산 페르민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축제가 시작되는 순간도 매우 유명합니다.

팜플로나 시청 앞 광장에 사람들이 모이고, 하늘을 향해 로켓이 발사되면서 축제의 시작을 알립니다. 이 순간을 치우피나소(Chupinazo)라고 부릅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환호하고, 음악과 함성이 도시 전체로 퍼집니다.

하지만 산 페르민의 진짜 긴장감은 다음 날 아침부터 시작됩니다.

좁은 도시의 길에 사람들이 모이고, 황소들이 달릴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출발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거리는 순식간에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합니다.

평소에는 사람들이 걷고 자동차가 다니던 도시의 골목이 몇 분 동안 거대한 경주장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산 페르민의 황소 달리기가 단순한 ‘재미있는 게임’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상당한 위험이 따릅니다.

황소는 무게가 수백 킬로그램에 달할 수 있고, 빠른 속도로 좁은 길을 달립니다. 사람 역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참가자끼리 충돌하거나 넘어지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기 위해 팜플로나를 찾습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직접 달리기에 참여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그렇게 위험한 일을 선택하는 것일까요?

 

2. 몇 분 동안 도시가 전쟁터처럼 변한다? 황소 달리기의 실제 모습

산 페르민의 엔시에로가 시작되기 전, 참가자들이 모인 거리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사람들은 흰색 옷을 입고 붉은 스카프를 착용합니다.

그리고 일부 참가자들은 손에 말아 쥔 신문을 들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황소를 때리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전통적으로 참가자들이 황소가 오는 방향을 확인하거나 주의를 기울이는 데 사용되는 상징적인 요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발 직전까지는 웃고 떠드는 사람들이 많지만, 황소가 출발했다는 신호가 나오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잠시 뒤 황소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팜플로나의 엔시에로는 아무 길이나 자유롭게 달리는 방식이 아닙니다.

황소들은 도시의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이 경로는 오래된 건물과 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거리들을 지나갑니다.

바로 이 좁은 공간 때문에 장면이 더욱 위험하고 극적으로 보입니다.

넓은 경기장이라면 사람과 황소 사이에 거리를 확보할 수 있지만, 오래된 도시의 골목에서는 피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참가자들에게는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능력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앞에 있는 사람의 움직임을 보고, 뒤에서 다가오는 황소의 위치를 파악하고, 필요하면 즉시 길 가장자리로 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 달려야 하고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산 페르민에서는 매년 부상자가 발생해 왔으며, 역사적으로 사망 사고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엔시에로는 단순한 관광 체험으로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닙니다.

현장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안전 수칙을 지키고 무리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강조합니다.

특히 술에 취한 상태에서 참가하거나, 황소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이 위험한 달리기에 참가할까요?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오랫동안 이어진 지역 전통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용기와 집중력을 시험하는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친구들과 함께 축제의 가장 강렬한 순간을 경험한다는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팜플로나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도시의 축제 문화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즉, 엔시에로는 단순한 ‘황소와의 경주’라기보다 산 페르민이라는 거대한 축제 속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담당하는 전통 행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 페르민의 매력은 엔시에로가 끝나는 순간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도시 전체가 본격적으로 축제에 빠져듭니다.

거리에서는 음악이 계속되고,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퍼레이드와 공연이 이어집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가 축제에 참여하고, 팜플로나의 광장과 골목은 거대한 야외 축제 공간으로 변합니다.

이 때문에 산 페르민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황소 달리기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분위기를 함께 이야기하곤 합니다.

황소는 산 페르민의 가장 유명한 상징이지만, 축제를 움직이는 힘은 결국 사람과 도시의 문화인 셈입니다.

 

3. 위험한 황소 달리기만 있는 게 아니다, 산 페르민이 특별한 이유

산 페르민을 사진 몇 장으로만 보면 상당히 위험한 축제로 보입니다.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달리고, 거대한 황소가 뒤따르고, 좁은 골목에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실제 축제는 훨씬 복합적입니다.

산 페르민 기간 동안 팜플로나는 종교 행사와 퍼레이드, 음악, 춤, 공연, 거리 행사 등으로 가득 찹니다.

축제의 종교적 중심에는 성 페르민을 기리는 행사가 있고, 도시 곳곳에서는 전통적인 행렬이 이어집니다.

그중에서도 자이언츠와 큰 머리 인형들의 행렬(Gigantes y Cabezudos)은 산 페르민을 대표하는 볼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거대한 인형들이 음악과 함께 거리를 이동하고, 사람들은 그 모습을 구경하며 축제에 참여합니다.

 

이 장면을 보면 산 페르민이 왜 단순한 황소 축제가 아닌지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황소 달리기는 축제의 일부이고, 그 주변에는 종교와 역사, 지역문화, 음악, 거리 공동체가 함께 존재합니다.

특히 산 페르민에서 흥미로운 것은 도시 자체가 축제의 무대가 된다는 점입니다.

평소의 도시는 건물과 도로, 상점과 광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축제 기간에는 같은 장소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시청 앞 광장은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공간이 되고, 좁은 골목은 황소 달리기의 무대가 되며, 광장과 거리는 사람들의 만남과 공연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변합니다.

이런 도시형 축제의 특징 때문에 산 페르민은 단순히 특정 장소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축제와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관람객이 도시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축제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산 페르민을 이야기할 때 황소를 둘러싼 논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스페인의 투우 문화와 동물복지 문제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 왔으며, 산 페르민의 황소 관련 행사 역시 이러한 논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산 페르민을 소개할 때는 단순히 ‘스페인의 재미있는 이색 축제’라고만 설명하기보다, 그 문화적 배경과 함께 현대 사회에서 제기되는 여러 시각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축제인 만큼, 전통을 보존하는 것과 참가자 및 동물의 안전, 현대적인 가치관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축제를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산 페르민이 세계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아침에는 황소가 도시의 골목을 달리고, 낮에는 퍼레이드와 공연이 이어지며, 밤에는 사람들이 다시 거리로 모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이 팜플로나라는 하나의 도시 안에서 동시에 펼쳐집니다.

축제는 특정 무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그래서 산 페르민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사진은 언제나 황소 달리기일지 몰라도, 실제 산 페르민의 모습은 그보다 훨씬 넓습니다.

황소가 사라진 뒤에도 음악은 계속되고, 사람들이 거리를 채우며, 축제의 열기는 이어집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매년 팜플로나로 돌아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황소와 함께 달리기 위해 오고,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오며, 또 누군가는 오랜 전통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스페인의 지역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팜플로나는 평범한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축제가 됩니다.

 

산 페르민은 ‘황소와 사람이 달리는 위험한 축제’라는 강렬한 이미지에서 시작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종교와 역사, 지역 공동체와 현대 관광문화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전통 축제입니다.

황소가 골목을 달리는 몇 분은 매우 짧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을 만들기 위해 도시 전체가 며칠 동안 축제에 빠져듭니다.

그래서 산 페르민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황소만 볼 것이 아니라, 황소가 지나가는 도시와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까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운 사람들, 붉은 스카프, 울려 퍼지는 음악, 거대한 인형 행렬, 그리고 그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는 황소.

이 모든 장면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산 페르민’이라는 독특한 축제의 모습이 완성됩니다.